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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아트란? 일상 소리를 콘텐츠로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 목차

    도시의 소음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사운드 아티스트들의 창작 과정을 통해 알아봅니다. 일상 속 소리를 기록하고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방법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도시의 거리, 엘리베이터의 띵 소리, 카페의 잔 부딪히는 소리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소음을 듣지만, 대부분은 그저 불편한 배경음으로 지나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소리 속에서 리듬을 발견하고, 음악을 만들며, 예술을 완성한다. 그들이 바로 사운드 아티스트(Sound Artist)다. 이들은 소리를 단순히 듣는 대상이 아니라 표현의 재료로 바라본다. 일상에서 무심코 흘러가는 음향을 예술로 전환하는 과정은 단순한 녹음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의 기록이다. 이 글에서는 그 특별한 세계를 들여다보고,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소음 속에서 예술을 창조하는지 알아본다.

    사운드 아트란? 일상 소리를 콘텐츠로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1. 소리를 예술로 바라보는 사람들

    사운드 아트(Sound Art)는 음악과도, 미술과도 다른 독립적인 예술 분야다. 소리의 시간적, 공간적 성질을 탐구하며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운드 아티스트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의 소리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예술가다.
    예를 들어, 어떤 아티스트는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반복 재생해 리듬 패턴을 만들고, 다른 이는 시장의 소음을 녹음해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완성한다. 이들의 작업은 때로는 불협화음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도시의 호흡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
    그들의 공통된 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음이라 부르는 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의 재료가 된다. 이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 일상 속 소리를 수집하는 과정

    사운드 아티스트의 하루는 언제나 귀를 여는 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 세상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소리의 캔버스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거리의 새소리, 골목길을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엔진음, 신호등이 바뀔 때 울리는 전자음까지 모든 것이 그들의 작업 재료가 된다. 사람들은 이 모든 소리를 무심히 지나치지만, 사운드 아티스트는 그 안에서 리듬과 호흡을 찾아낸다. 그들에게는 소리가 곧 언어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이들은 녹음 장비를 들고 도시 구석구석을 걸으며 다양한 소리를 채집한다. 어떤 이는 작은 핀 마이크를 옷깃에 달고 걸으며 발소리를 수집하고, 또 다른 이는 건물의 외벽에 콘택트 마이크(contact mic)를 붙여 콘크리트 속을 울리는 진동을 포착한다.
    이때 사용하는 장비도 작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휴대용 레코더(Zoom H5, Ta scam DR 시리즈)는 거리의 소리를 담는 데 좋고, 스테레오 마이크는 공간의 깊이와 방향감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 일부 아티스트는 바람의 세기나 습도에 따라 마이크 감도를 세밀하게 조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운드 수집 과정은 단순한 녹음이 아니라, 공간의 특성과 감정을 함께 기록하는 예술적 행위다.

    녹음 중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자주 발생한다. 바람이 마이크에 부딪혀 잡음이 생기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량이 원하는 소리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이런 실수조차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현실의 소리에는 계획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실제로 일부 아티스트는 현장에서 우연히 발생한 소리를 필드의 선물(field gift)이라 부르며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여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장 녹음을 사운드 필드(Field Recording)라고 부른다. 단어 그대로 현장의 소리를 채집한다는 뜻이지만, 그 안에는 공간의 공기, 온도, 거리감, 사람의 존재감까지 함께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좁은 골목길에서 발걸음이 울리는 소리와, 넓은 공터에서의 발소리는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이 미세한 차이를 포착하는 것이 바로 사운드 아티스트의 능력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 왓슨(Chris Watson)은 BBC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 사바나의 바람 소리만으로도 하나의 음악적 구성을 완성했다. 그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사막과 정글을 직접 걸으며 그 지역의 고유한 사운드 생태계를 기록했다. 그의 작품을 들으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곳의 시간과 공기, 빛까지 느껴진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리는 순간을 기록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다. 눈으로 보는 것은 거짓일 수 있지만, 귀로 듣는 것은 항상 진실을 담고 있다.

    이 말처럼 사운드 아트의 본질은 청각적 기록이다. 사진이 시각적으로 세상을 저장한다면, 소리는 정서와 분위기를 저장한다. 예를 들어, 오래된 골목길의 발소리를 녹음하면, 단순한 소리 이상으로 그 시절의 공기와 감정이 함께 담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 아트는 시각 예술보다 훨씬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순간에 그치지만, 귀로 듣는 풍경은 시간이 흐르며 마음속에 스며든다.

     

    사운드 아티스트는 종종 녹음 후에 그 소리를 반복적으로 재생하며 자신만의 청각 지도(Sonic Map)를 만든다. 이는 단순히 소리의 모음집이 아니라, 도시나 공간의 정체성을 담은 예술적 기록이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나 계절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의 사운드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한낮의 시장 소리와 밤의 시장 소리는 완전히 다른 리듬을 가진다. 이런 차이를 분석하고 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소리 수집 방식이 더욱 다양해졌다. 일부 아티스트는 바이노럴 마이크(binaural mic)를 사용해 사람이 실제로 듣는 것과 유사한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한다. 이 방식은 이어폰으로 들을 때 현장에 있는 듯한 공간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녹음 기술은 단순히 음향의 재현을 넘어, 소리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사운드 아티스트는 청각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창조자이기도 하다.

    결국 사운드 아트의 핵심은 듣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본다. 하지만 사운드 아티스트는 세상을 듣는다. 그들은 소리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다시 새로운 형태로 표현한다. 이 과정은 마치 세상의 숨결을 채집하는 일과 같다.
    도시의 소음조차도 그들의 귀에서는 예술이 된다. 자동차 경적음, 지하철의 진동, 사람들의 대화, 심지어는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리듬이 된다.


    3. 일상 소리가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

    과거에는 소리를 예술적으로 다루기 위해 복잡한 장비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수준 높은 녹음이 가능하다.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필드 레코딩 앱, AI 기반 사운드 편집 도구 등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사운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예를 들어, 한 국내 창작자는 지하철 노선의 진동음과 안내 방송을 샘플링해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다른 아티스트는 도시의 빗소리를 수집해 비 오는 날의 기억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이런 작품들은 단순히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소음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다.
    특히 최근에는 사운드 아트가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VR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전시 공간 전체를 스피커로 채워 관람객이 소리 속을 걷게 만드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런 몰입형 경험은 시각 중심의 예술보다 훨씬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4. 우리가 일상에서 사운드 아트를 즐기는 방법

    사운드 아트는 거창한 장비나 전문 스튜디오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 녹음기와 무료 편집 앱을 활용해 자신만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출근길의 버스 소리, 카페의 대화,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을 모아 하나의 하루 사운드 다이어리를 만들어보자. 녹음된 소리를 시간순으로 배열하거나, 특정 패턴을 반복시켜 보면 의외로 음악적 리듬이 느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소음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불쾌한 잡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존재하는 소리의 풍경(Soundscape)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심리학적으로도 자연의 소리나 반복적인 도시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사운드 아트는 단순한 예술 행위를 넘어 정서적 치유와 몰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5.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전하는 메시지

    많은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소리를 듣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시각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눈으로만 판단한다. 하지만 귀를 열면, 보이지 않던 감정과 풍경이 드러난다.
    그들이 일상 속 소리를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히 창작을 위해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순간의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바람 소리, 기차의 출발 음, 아이의 웃음 등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운드 파일 속에서는 영원히 남는다.
    결국 사운드 아트는 기억의 예술이며,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생생하게 간직하는 방식이다.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누군가는 귀를 막고, 누군가는 귀를 연다.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바로 후자다. 그들은 불편한 소리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도 새로운 리듬을 찾아낸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도이며, 우리가 모두 소리를 통해 감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는 소리를 불편함으로만 받아들이지 말자. 소리는 우리 곁에서 늘 존재하는 예술의 재료다. 당신의 하루 속에도 이미 예술이 숨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평범한 일상이 한 편의 음악으로 바뀐다.